0. 해당 문서는 경기도 수원시 소재 '구완체육고등학교'에서 발견되는 독립 개체 '한수호'에 대한 안전수칙을 서술한 개별 문서입니다. 2021년 7월 이후 구완체육고등학교 내부에서 발견되는 괴이들은 특정 두 개체를 제외, 모두 동일한 확률로 나타남을 확인하였으므로 하기 수칙을 주의하여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1. 현재 구완체육고등학교에는 '한수호'라는 이름의...
5087자 오프 더 레코드라는 주제가 이렇게까지 어려울 줄이야 오프레를 주제로 글 쓰는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와 상을 보내야 합니다 쓰다가 제가 오히려 부끄러워서 결제선 걸어놨어요(돈과 시간을 아끼시기 바라며...) ╔════════════════╗ ┃ ┃ ┃ ┃ ┃ ▷ ┃ ┃ ┃ ┃ ┃ ╚════════════════╝ 7:12 ━❍──────── 45:1...
자오가 어둠 속에서 물었다. 있잖아……. 나중에 이 세상에 우리만 남아 버리면 어쩌지? 유는 잠깐 생각하다가 나지막이 대답한다. 사실은 지금도 우리만 남아 있는 거랑 같잖아. 사람들이 살아 있다고는 해도 우리는 그들을 만난 적이 없고, 그 사람들도 우리가 이렇게 석면산을 빠져나와 돌아다니는 줄을 모르겠지. 우리는 표류하고 있는 거야. 사람 없는 세상에. 꽤...
…… 60초 뒤 방아쇠를 당기세요. 이제 시작합니다. 낯선 기계음이 끝나고 부저가 한 번 길게 울렸다. 자세를 바로 한다. 장난감이지만 총의 모양만은 정확하게 구현해 놓은 모양인지 앞서 사격부가 자세를 잡는 모양은 꽤 익숙해 보였다. 어깨너머로 익힌 그 모습을 어설프게나마 구현하듯이 개머리판을 견착하고 초점을 맞추고 호흡을 참는다……. 귀 안쪽에서 작게 째...
네가 뭍으로 나간 지 어느새 삼 년이 넘었는데 부치겠다던 편지는 오질 않고 있었다. 종이 위에, 무언가를 참듯이 아귀힘을 억세게 주고 끼적거린다. 날붙이가 없는 탓에 뭉툭해진 연필 끝으로 둥근 글자를 썼다. 나갈 때 아무도 모르게 편지 보내겠다고 했잖아. 이장님 몰래, 다른 사람들 몰래. 새싹같이 조그만 원망은 금세 지워진다. 뭍에 드디어 나가게 됐다고 밤...
나이 어린 한울은 참 어리석어 보였다.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낙후된 동네에서 사는 티를 그대로 냈다. 하는 일이 뒤가 켕기는 종류라면 알아서 잘 숨기는 게 소위 말하는 '이 바닥'의 도의고 규칙이었으나 그는 그런 걸 잘 못했다. 그가 가끔 이십 대 초반을 돌이킬 때 스스로를 향해 낯설고 서툴렀다는 평가를 하면 나는 거기다 대고 멍청하기까지 했다고 덧붙이고,...
낡은 크리스마스 트리에 감긴 알전구가 간헐적으로 깜빡인다. 이게 전기가 부족하다는 신호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무릎을 끌어안았던 손을 움직여 목 언저리를 눌렀다. 전력 공급이 불가능한 콘센트 대신 경추로부터 전기를 끌어다 쓰면 시야는 가끔 흔들리지만 전구는 잘 밝힐 수 있었다. 흐린 눈앞으로 세상은 조금 더 낭만스러워진다. 우리를 위해 전기를 끌어다 썼던...
0. 유월의 홍콩은 물이 많았다. 일을 하려고 해도 우산을 늘 옆구리에 끼고 다녀야 했고 웅덩이를 잘못 밟으면 양말이 곧장 축축하게 젖기 일쑤였다. 한 달간 450mm에 육박하도록 내리는 비는 지긋지긋했다. 그 한여름과 다르지 않은 모양으로 오늘도 어제처럼 비가 내렸다. 아직 여름보다는 봄에 가까워서 드러난 맨살에는 차가운 기운이 많이 돌았다. 오히려 습하...
그에게는 잘나가는 남편이 있었다. 그 수부水夫는 낡지 않은 배를 하나 가지고 있어서 그걸로 사람을 나르고 약과 총을 숨겨 내보냈다. 가끔 수상하게 말린 것들도 옮긴다고 했다. 또 그는 풍채가 대단히 좋고 수염이 짙어서 그가 배에 올라 있으면 밀항선은 꼭 불법 해적선처럼도 보였다. 언젠가 흥신소 사장과 둘이 나란히 섰던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때 꼭 닮은 부부...
나는 자랐다. 그 말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때마다 선배와, 친구와 양궁부 연습을 빼먹고 돌아다니던 열일곱 열여덟이 더 이상 없다는 뜻이었다. 또한 세상의 비열함과 잔혹함을 마주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세상은 더없이 비정했고 그 사이에서 나와 너는, 우리들은 갈 길을 잃어버린 채 잔뜩 허둥거렸다. 고작 열여덟의 나이에. 더없이 잔혹한 일...
서로를 빠듯하게 껴안고 잠든 자세에서 그가 깨지 않도록 일어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어차피 날이 밝으면 또 자는 새에 가 버렸구나 하고 깨달을 테고, 그래서 굳이 새벽부터 깨우고 싶지는 않았다. 잠든 눈꺼풀에 가볍게 입술을 내린다. 날이 어스름했다. 겨울 치고는 많이 춥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침대를 덥히던 체온이 식어도 그가 오래 추워하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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